2장. 추상화란
1장에서 추상이 무엇인지 정의했어요. What과 How가 분리된 상태예요. 이번 장에서는 그 상태를 만드는 과정, 즉 추상화를 다뤄요.
정의: 추상화 = 추상을 만드는 과정
추상화는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을 추출하는 과정이에요. 크게 두 가지 활동으로 이루어져요.
활동 | 질문 | 결과 |
쪼개기 | “이걸 구성하는 건 뭐지?” | 구성요소 목록 |
비교하기 | “여러 개를 놓고 보면 뭐가 반복되지?” | 패턴 발견 |
하나씩 살펴볼게요.
추상 만들기
A. 쪼개기: 환원과 재구성
환원: 구성요소 나열하기
이사를 해본 적 있나요? 처음 이사할 때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해요. 일단 해야 할 것들을 나열해볼게요.
•
박스와 테이프 준비
•
이삿짐 차량 예약
•
새 집 청소
•
기존 집 청소
•
주소 변경 (은행, 카드, 배송지)
•
전입신고
•
인터넷 이전 신청
•
우편물 전환 신청
•
이웃 인사
•
냉장고 비우기
•
식물 옮기기
•
반려동물 이동 준비
12개나 나왔어요. 이게 환원이에요. 하나의 덩어리(이사)를 구성요소로 분해하는 거예요.
중요도 정렬: “이것 없으면 이사인가?”
이제 질문을 던져요. “이것 없으면 이사가 아닌가?”
•
청소 안 해도? → 더럽지만 이사는 됨
•
전입신고 안 해도? → 불편하지만 이사는 됨
•
인터넷 이전 안 해도? → 잠시 불편하지만 이사는 됨
•
이웃 인사 안 해도? → 어색하지만 이사는 됨
•
물건을 안 옮기면? → 이사가 아님
하나씩 빼보면 중요도 순서가 드러나요.
필수: 물건을 기존 집에서 새 집으로 옮긴다
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─
부가: 청소, 주소변경, 전입신고, 인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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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구성: What과 How로 조립하기
중요도가 높은 것이 What(본질)이 되고, 낮은 것들이 How(세부사항)가 돼요.
구분 | 이사의 경우 |
What | 물건을 기존 집에서 새 집으로 옮긴다 |
How | 박스 포장, 차량 이동, 청소, 주소변경, 전입신고… |
이게 재구성이에요. 분해한 구성요소들을 What/How 구조로 다시 조립하는 거예요.
B. 비교하기: 반복에서 패턴을
쪼개기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어요. 비슷한 것 여러 개를 늘어놓으면 더 깊은 본질이 보여요.
이사, 이직, 진학을 늘어놓으면
이사 | 이직 | 진학 | |
옮기는 것 | 물건 | 나의 노동력 | 나의 학습 |
출발지 | 기존 집 | 기존 회사 | 기존 학교 |
도착지 | 새 집 | 새 회사 | 새 학교 |
부가 작업 | 청소, 전입신고 | 인수인계, 퇴직금 | 졸업, 입학 서류 |
세 개를 늘어놓으니 반복되는 구조가 보여요:
“기존 위치에서 새 위치로 전환한다”
이사든 이직이든 진학이든, 이 구조는 같아요. 달라지는 건 “무엇을 옮기느냐”뿐이에요.
반복 = What, 변형 = How
여러 개를 비교할 때:
•
반복되는 부분 → 본질 (What)
•
달라지는 부분 → 세부사항 (How)
반복: "기존 → 새로" 전환 구조 ─── What
변형: 물건/노동력/학습, 청소/인수인계/서류 ─── How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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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으로 보기: 모네의 수련 연작
클로드 모네는 수련을 200점 넘게 그렸어요. 같은 연못, 같은 수련인데 그림마다 달라요.
반복 (What) | 변형 (How) |
수련, 물, 반사 | 시간대, 빛, 색조, 구도 |
반복을 보면 “이게 모네가 포착하려던 본질이구나”라고 알 수 있어요. 변형을 보면 “이건 그 순간의 세부사항이구나”라고 알 수 있어요.
비슷한 것을 여러 개 늘어놓으면, 반복과 변형이 분리돼요. 이게 패턴을 발견하는 방법이에요.
그런데 같은 것을 봐도 누군가는 패턴을 보고, 누군가는 못 봐요. 뭐가 다를까요?
체스 연구가 이걸 잘 보여줘요. 초보자와 마스터에게 체스판을 5초간 보여주고 기억하게 했어요.
•
실제 게임 포지션: 마스터가 훨씬 잘 기억해요.
•
무작위로 배치: 둘 다 비슷하게 못 기억해요.
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?
마스터는 말 하나하나를 외우는 게 아니에요. 패턴을 봐요. “이건 시실리안 디펜스의 변형이네.” 수십 개의 말이 하나의 덩어리가 돼요. 무작위 배치에는 패턴이 없어서 덩어리가 안 만들어지고, 초보자와 비슷해져요.
모네 그림을 여러 점 늘어놓으면 “수련, 물, 반사”가 보이듯이, 체스 마스터는 여러 게임을 겪으면서 “이 배치는 이런 흐름”이라는 패턴을 축적한 거예요.
핵심: 양방향 번역
지금까지 한 것을 다시 볼게요.
•
쪼개기: “이사”(What) → 박스, 차량, 청소(How)로 분해
•
비교하기: 이사, 이직, 진학(How들) → “전환”(What)을 추출
눈치챘나요? 방향이 반대예요.
하향: What → How (분해)
“이사한다”를 듣고 머릿속에서 박스, 차량, 청소를 떠올리는 거예요. 쪼개기에서 했어요.
이사한다 (What)
│
├─ 박스 포장
├─ 차량 이동
├─ 짐 풀기
└─ 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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레시피를 읽는 것과 비슷해요. “파스타”(What)를 보고 면 삶기, 소스, 플레이팅(How)을 떠올려요.
상향: How → What (통합)
반대 방향도 있어요. 흩어진 구체들을 보다가 의미가 튀어나오는 순간.
점점 뜸해지는 연락
짧아지는 대화
피하는 눈
자꾸 미뤄지는 약속
│
└─▶ "아, 이별이구나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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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꾸 보게 되는 프로필
괜히 웃긴 그 사람 농담
빨리 가는 시간
│
└─▶ "아, 좋아하는구나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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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미없어진 일
출근하기 싫은 아침
작은 일에 터지는 짜증
주말에도 안 풀리는 피로
│
└─▶ "아, 번아웃이구나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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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별 신호들은 따로 보면 그냥 신호예요. 그런데 모아 놓으면 의미가 창발해요. “이게 결국 뭐였구나”가 보이는 거예요.
비교하기에서 이사/이직/진학을 늘어놓고 “전환”이라는 패턴을 찾은 것도 같은 거예요. 흩어진 How들에서 What이 떠오르는 순간.
왜 양방향이어야 하는가
한쪽만 되면 반쪽짜리예요.
하향만 되는 사람: “파스타 해줘”하면 단계를 척척 전개해요. 면 삶고, 소스 만들고, 플레이팅하고. 근데 여러 요리를 해봐도 “요리의 공통 원리가 뭘까?”는 못 뽑아요. 실행은 되는데 통찰이 없어요.
상향만 되는 사람: 여러 요리를 보면 “결국 맛의 균형이네”라고 패턴을 뽑아요. 근데 “자, 파스타 해봐”하면 뭐부터 할지 막막해요. 통찰은 있는데 실행이 안 돼요.
숙련된 요리사는 둘 다 해요.
•
“파스타 만들어” → 필요한 단계를 전개하고 (하향)
•
여러 요리를 하면서 → “이 요리들의 공통점이 뭐지?” 패턴을 뽑고 (상향)
•
그 패턴으로 →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요 (다시 하향)
쪼개기(하향)와 비교하기(상향)를 자유롭게 오가는 것. 이게 추상화의 핵심 능력이에요.
이 장의 정리
추상화는 추상을 만드는 과정이에요. 두 가지 활동으로 이루어져요.
활동 | 방법 | 결과 |
쪼개기 | 환원 → 중요도 정렬 → 재구성 | 하나의 What/How |
비교하기 | 여러 개 늘어놓기 → 반복/변형 구분 | 패턴 발견 |
핵심 능력은 양방향 번역이에요.
•
How → What: 구체에서 패턴 발견
•
What → How: 패턴을 구체로 전개
다음 장에서는 추상화를 훈련으로 익히는 방법을 다뤄요.
